황 부잣집 며느리의 지혜



시대는 바뀌어도 인간의 삶의 원리는 동서고금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어려운 가계(家計)를 꾸려나가기 위해 선 사치와 낭비를 멀리 하고 검소와 절약이 중요하겠지만 그렇다고 그것만이 최선은 아닙니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지식이 많아도 지혜롭지 못하면 현명한 삶을 누릴 수도 없습니다. 근면과 성실은 고난 극복을 위한 부동(不動)의 가 치이지만 거기에 창의적 지혜까지 갖추고 있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옛날 조선시대 황해도 황주 땅에 조선팔도에서 제일가는 황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황 부자는 재산도 잘 관리하면서 집안을 잘 이끌어갈 며느리를 얻기 위해 시험을 치른다는 광고를 냈습니다.

시험 문제는 황 부자가 사는 마을 한옥(韓屋) 집에서 시험감독도 할 겸 머슴 둘과 여종 하나를 딸려 도합 4명이 한 달 동안 함께 살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식량은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이 5홉이므로 4명이 한 달을 살려면 600홉 즉, 쌀 6말이 필요하지만 시험 기간이라서 황 부자는 2말만 주면서 응시자들이 어떻게 한 달을 살아내는지를 보고 며느리로 결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며느리 시험을 치른 아가씨는 3명이었습니다.

첫 번째 아가씨는 쌀 봉지 30개를 만들어 쌀 2말, 즉 200 홉을 한 봉지에 약 7홉씩 나누어 담았습니다. 매일 7홉의 쌀만큼 밥을 해 먹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아가 씨는 한 달을 간신히 버티긴 했으나 30일 후에 머슴과 여종은 바싹 말랐을 뿐만 아니라 아가씨는 체력이 소진하여 그만 병원으로 실려 가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아가씨는 여종을 불러 쌀 두 말을 내주면서 쌀보다 값이 세 배가량 싼 보리로 바꾸어 오게 하여 보리 6말을 장만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아가씨는 보리로 한 달을 가뜬히 견디어 내고 살았습니다. 30일 동안 지내면서 방귀는 자주 뀌었으나 모두 건강하였습니다.

세 번째 아가씨는 쌀 두 말로 우선 맛있는 떡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종을 불러 이웃집에 두루 돌리게 하고는 우 리 아가씨 바느질 솜씨가 빼어나다고 선전하고, 일감을 좀 얻어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머슴들을 불러 나무를 해다가 장에 가서 팔아오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 달 동안 아가씨는 바느질해서 번 돈과 나무를 해서 판 돈을 모두 거두어들이고는 머슴과 여종에게 수고비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머슴 들과 여종은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일을 하였습니다. 30일이 지난 후에 집안에는 쌀이 쌓였고, 장작이 그득하고, 돈 이 모였습니다. 머슴들과 여종은 신바람이 나고 아가씨는 얼굴이 뽀얗게 피기까지 하였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세 번째 아가씨의 삶의 태도가 단연 돋보이는 것은 그의 창의적인 지혜 때문일 것입니다. 옛날과 달 리 현대사회는 결혼의 의미나 부부간의 역할도 확연히 달라져 만일 어느 재벌 집에서 며느리 감을 고른다면 아마 사주와 궁합도 보고 신부의 인물, 건강, 성품, 학벌을 포함해 그 집안의 환경 등 많은 것들을 살펴 택할 수 있겠으나 황 부자는 그저 살림을 잘 꾸려나갈 요량을 중시한 것입니다.

삶의 대처 능력은 그 사람의 타고난 개성이나 체질에 따라, 그리고 교육 수준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어려운 살림을 위해 오직 절약으로 감내하며 순응하는 삶도 있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검소한 생활로 견뎌내는 삶 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에 더 나아가 창의적인 지혜와 적극적인 노력으로 새로운 국면을 개척하는 삶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그것을 위해 성공된 인생을 꿈꿉니다. 그리고 성공을 위해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삶의 내용 또한 도덕적으로 건전해야 할 것입니다. 황 부잣집 며느리 이야기에서 우리는 나눔과 섬 김의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주인과 노복 간에 배려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나눔과 섬김의 정신이 없었다면 성공 적 결과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아가씨처럼 남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사람만이 성 공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의 많은 부분은 남에게 받은 것이라 생각하며 남과 나누며 살아가려는 그 마음을 지닌 사람이야말로 진정 인생에서 성공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기주연 jykee24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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