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지를 굳이 논증해야할 필요가 있을까요?
어쩌면 인간의 불완전성의 극치는 자신들이 불완전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가장 잘 나타날 것입니다.
먼저 다음의 몇 가지 불완전한 인간의 행태를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① 팰 박사의 법칙 = 어떤 사람이 왜 싫은지 모르면서도 무작정 그를 싫어하는 증세입니다.
지역감정이나 인종적, 성적, 계층 간의 편견도 이와 관련이 많습니다.
설명되지 않는 혐오감을 이릅니다.

② 구성의 오류 = 여러 요소를 합쳐놓으면 오히려 그 요소들이 따로 있을 때보다
값어치나 성능이 떨어지는 현상입니다.
예컨대 영업부 관리부 생산부 등이 저마다 회사를 위해 일하나 그 노력의 결과를 합하면
회사가 해로워지는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여야의 애국심경쟁이나 노사의 국가발전주장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③ 공포의 포로 =무능, 거절, 미지, 권위, 나이, 결핍 등에 관한 공포심에 사로잡히는 현상입니다.
이 공포가 모두 비이성적이며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공포로부터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④ 부족한 공공성 = 사회생활은 곧 공동생활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기 것만 아끼고 공동의 것은 함부로 하는 경향입니다.
여럿이 밥을 먹을 때 공동으로 먹는 맛있는 반찬부터 먹기 시작하는 습성이나,
자기 집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지저분한 것을 대문 밖으로 쓸어내는 행위도 이에 해당합니다.

⑤ 동일시의 오류 = 내가 그러므로 남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입니다.
도둑의 눈에는 사람들이 도둑으로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모든 게 부처님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남을 내 생각으로 재단하기 때문에 생기는 불합리성입니다.

⑥ 선입견 = 백인은 우월하고 흑인들은 열등하다든지, 명문학교 출신은 모두 우수하리라는 전제 아래 직원을 채용하는 것과 같은 행위입니다.
남성우월론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원청자와 하청자가 의견을 달리하면 원청자의 의견이 더 우월할 것이라고 미리 예단하기도 합니다.

⑦ 라스베가스의 법칙 = 바로 직전 게임에서 승리한 사람이 또 이길 확률이 높다는 계산아래
돈을 거는 의사결정을 말합니다.
투자가가 실적 좋은 펀드 매니저에게 돈을 맡기는 경우도 이에 해당하는바
직전 게임의 승자가 반드시 다음 게임의 승자가 되지 않습니다.
일정기간의 트랜드를 보지 않고 단기의 실적에 의존하는 오류입니다.

⑧ ‘다른 것’은 ‘틀린 것’= 자기와 생각이나 의견이 다르면 틀려먹었다고 생각하는 경향입니다.
어떤 종류의 대립과 갈등도 그 근본을 들여다보면 서로 자기의 생각이 옳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착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⑨ 프로이트의 법칙 = 극소수의 사람만이 이성적인 생활을 꾸려가며
대부분은 환상과 미신을 좇는 현상을 말합니다.
평생 동안 관찰한 환자들의 분석을 통해 프로이트는 인간은 논리와 이성에 마음이 동하면서도
오히려 환상 쪽에 기울어지는 존재임을 간파했습니다.
비합리적인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 역시 비합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⑩ 부자로 죽기 위해 저축하기 = 사는 동안 먹지 않고, 입지 않고, 쓰지 않고 오로지 아끼기만 하다가
재산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난뱅이로 살다가 부자로 죽는 사람들입니다.
살아서 자신과 주변에도 여유를 베풀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⑪ 과로에 무너진 영웅들 = 인류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진시황, 알렉산더대왕, 칭기스칸, 나폴레옹 등은 과로로 인생을 망친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쓰러질 때 까지 달렸고 쓰러지자 다시는 재기하지 못했습니다.

⑫ 트루시니스 = 사람들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을 진실로 여기는 성향을 말합니다.
트루시니스(Truthiness)란 단어는 웹스터 사전이 2006년의 단어로 선정한 신조어입니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에 매몰되는 현상은 동서고금의 차이가 없습니다.

⑬ 앵커링(Anchoring) =어떤 일을 결정할 때 한 가지 정보나 특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이릅니다.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종교를 먼저 따진다든지 좋은 궁합을 전제로 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하고
인사권자가 자기와 친한 사람만 믿는 편벽된 경향도 마찬가지 현상입니다.

이렇게 얼른 생각나는 불합리한 현상만을 열거해도 열 손가락을 족히 넘어 갑니다.
여기에 직장인들이 참고할 마지막 불합리성 하나가 더 있습니다.
그것은 직장과 천국을 혼동하는 현상입니다.
직장은 불완전한 인간들이 모인 곳입니다.


따라서 직장에서는 불합리한 일들이 수도 없이 벌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순박한 직장인들은 마치 직장이 천국이라도 되는 양 기대하는 오류를 범하거나
심지어는 직장이 천국이 되어야한다는 당위론을 펼치기도 합니다.


당위(Sollen)로서는 그런 꿈이 가능하겠으나 현실(Sein)은 그렇지 못합니다.
결점 많고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나는 일터인지라 서로 주고받는 상처가 만만치 않습니다.
사실상 직장인들이 인간관계 유지에 소모한 에너지가 과업을 수행하는데 쓰는 에너지보다
더 큰 경우가 많습니다.


시너지와 반대되는 디너지(Denergy)현상입니다.

정말이지 직장은 천국이 아닙니다.
이것만 일찌감치 깨달아도 직장생활 하기가 훨씬 쉬울 것입니다.

<출처: 서재경의 자유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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