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ubert, Die Winterreise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Franz Schubert

1797-1828

Dietrich Fischer-Dieskau, baritone

Alfred Brendel, piano

Siemensvilla, Berlin

1979.01

 

Dietrich Fischer-Dieskau - Schubert, Die Winterreise D.911

 

슈베르트 / 겨울 나그네 D 911, Op. 89 중 ‘보리수’

 

 

레이첼 브라운(플루트), 사이먼 니콜즈(피아노)

 

http://youtu.be/gzTeTagWvSA

오랫만에 년말 송년모임에서 겨울나그네를 아내와 함께 감상하였다. 그렇게 신나는 음악은 아닐지라도 모든 음악의 탄생이 어렵게 태어난 사실을 깨닿게 하여 주었다. 슈베르트의 젊은시절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면서 죽기 한해전에 완성한 겨울나그네(24편)는 처절한 삶의 절규와도 같은 음악이다. 24곡중 귀에익은 "보리수"를 올린다. 12/16(월) 20:00~21:30  삼성동 포니정홀에서

 

겨울나그네 연주자 공연후 인사장면

함께한 참가자들: 민영서, 이원모, 이상은, 이장우, 이의현.

제이엘아트 조무선사장과 남선주여사


Schubert - Lieder:Winterreise D 911, Op. 89
No. 1 'Gute Nacht'

Rachel Brown    flute
Simon Nicholls    piano


 

모두 24곡의 노래로 이루어진 <겨울 나그네>는 슈베르트의 대표적인 연가곡으로, 1827년 그의 나이 30세 때 작곡한 작품이다. 연가곡이란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완결적 구성체를 가진 가곡 모음을 뜻한다. 슈베르트는 <겨울 나그네>를 작곡하기 4년 전인 1823년 뮐러의 시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에 곡을 붙여 연가곡을 발표한 바 있다. 연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청춘의 서정과 아름다움이 듬뿍 담긴 작품이지만 <겨울 나그네>는 음울하고 어두운 정조가 가득한 비극적인 노래이다. 슈베르트는 다가올 죽음을 예감한 듯 가난에 시달리며 고독한 삶을 살고 있었고, <겨울 나그네>를 완성한 이듬해 1828년에 가난과 병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연가곡 <겨울 나그네> 전체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사랑에 실패한 젊은이가 추운 겨울 연인의 집 앞에서 이별을 고하고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들판으로 방랑의 길을 떠난다. 황량하고 추운 들판을 헤매는 젊은이의 마음은 고통과 절망 속에서 허덕이고 어느덧 까마귀, 여인숙, 환상, 도깨비불, 백발과 같은 죽음에 대한 상념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는다. 마을 어귀에서 구걸을 하는 늙은 악사에게 함께 겨울 나그네 길을 떠나자고 하는 데서 이 연가곡의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절망을 읊는 한 젊은이의 처절한 독백

이 연가곡은 단순히 실연의 비애를 담고 있는 음악이라기에는 그 정서가 너무나 어둡고 무겁다. 물론 감정의 어두운 굴곡은 체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언급할 수 없는 부분이고, 특히 젊은 날의 감정적 격동이 결코 완만하지만은 않겠지만, 이 연가곡에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거의 절망에 가까운 어두운 정서는, 그것이 청년기 실연의 상처에 의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본질적이고 심각해서 아무래도 인생의 어두운 그림자를 투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슈베르트의 불행한 생애를 미루어볼 때 좀 더 선명히 이해될 수 있다.

이 연가곡에 사용된 텍스트는 독일 시인 빌헬름 뮐러(Wilhelm Müller, 1794-1827)의 시집인데, 뮐러는 이 연가곡이 작곡되던 1827년 33세의 아까운 나이로 타계했다. 슈베르트는 뮐러의 동명의 시집 속에 포함된 24편의 시를 그 순서만 바꾸었을 뿐 모두 사용하고 있다. 텍스트의 외형적 의미는 실연의 비애를 눈 쌓인 겨울 풍경과 결부시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모든 것으로부터 소외된, 사회적으로 실패한 한 인간의 처절한 절망감이 담겨 있다.

친구 집을 방문했다가 빈집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이 시집을 발견하고 그 어두운 세계에 몰입하여 자신도 모르게 시집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 후 두문불출하고 탐독하다가 마침내 이 연가곡을 작곡하기 시작했다는 일화가 말해주듯, 슈베르트 자신도 그 사회로부터 소외된 자, 더욱 선명히 표현하자면 그 사회의 희생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가곡집에는 슈베르트 자신의 어둡고 비극적인 생애가 그 이면에 흐르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 자신의 개인적인 삶의 좌절에서 더욱 승화되어 인간의 보편적인 삶의 문제로 그 절망의 폭을 확대시켜 놓고 있다. 아무리 길어도 한순간에 불과한 우리의 삶과 또 삶의 외경(畏敬)에 매달린 허무한 환상 등이 일순간의 행복 뒤에 몰아닥친 어둡고 끝없는 절망감을 통해 잘 표현되고 있는데, 그것은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인생의 막다른 길이기도 하다.

슈베르트와 친구들이 함께했던 작은 음악회 '슈베르티아데'의 모습.

“우리 중 누구도 타인의 비애를 알지 못한다”

이 연가곡의 배경은 눈 덮인 겨울의 황량한 벌판과 매섭게 불어오는 북풍, 얼어붙은 시냇물, 잎이 다 떨어진 채 서 있는 나무 등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시각적으로 잘 묘사되어 작품의 내용을 더욱 생생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슈베르트 이전의 가곡이 갖지 못한 대담함과 풍부함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 일은 단순한 가락을 지닌 가곡이 확보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것이지만, 슈베르트는 피아노 반주를 극도로 활용하여 훌륭히 그 목적을 이루고 있는데, 이런 표현법은 훗날 독일 가곡 리트(Lied)의 새로운 지표가 되었다. 카스파르 프리드리히(1774-1840)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 1818

이 연가곡의 모티프가 되고 있는 것은 고독과 절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또 아무리 괴로워도 인간이 인간답게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요소인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들이 과연 극복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슈베르트 자신은 결코 극복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것은 “우리들 중의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비애를 알지 못한다. 또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기쁨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스쳐갈 뿐이다.”라는 슈베르트의 서글픈 독백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사실 이런 생각은 표현 방식 자체는 다르다 할지라도 많은 사상가나 예술가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여기서 인간의 삶은 이해할 수 없는 수렁 속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문제를 회피하거나 왜곡한다 해도 그 본질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는 젊은 시절부터 이 문제에 접근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의미에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와 <백조의 노래>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것은 결코 허무주의적인 자괴감이 아니며, 가장 인생과 삶에 밀착되어 있는 강한 현실주의 예술인 것이다.

Ian Bostridge - Schubert, Die Winterreise D.911

Ian Bostridge, tenor

Julius Drake, piano

DVD release: 2000.10.23

*아래 각곡 해설에 붙인 가사는 KBS 클래식FM ‘명연주 명음반’의 진행자 정만섭 음악 칼럼니스트의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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