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어디로 가지?"

스포츠조선=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입력 : 2011.05.22

         ▲ 송지선.

황망하고 애통한 마음에 손끝의 떨림을 멈추지 못하겠습니다. 그토록 밝게 빛나던 당신의 미소는 이제 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겠네요. 2005년, 우리가 처음 방송아카데미에서 조우했을 때. 당신의눈빛은 야구와 방송에 대한 열정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광채를 숨길 수 없는 흑진주'. 당신이 내게 남긴 첫 인상은 그랬습니다.
한때, 당신은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국내 최초의 여성전문 야구중계캐스터'의 꿈에 성큼 다가선 것처럼 보였습니다. 당신은 스포츠케이블TV의 아나운서로, 나는 야구기자로, 2007년 현장에서 다시 마주섭니다. 그때 당신은 "지금 너무 행복해"라고 활짝 웃었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격려하며 각자의 꿈을 위해 우리는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말이라니. 힘들 때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는 야구 명언을 되새기던 당신이었는데. 꿈을 위해 함께 걷던 동료이자,당신이 '믿을만한 오빠'라 부르던 나로서는 미안하고 애통한 마음에 한숨만 내쉽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그대가 보낸 메시지가 결국 마지막 도움의 요청이었습니다. 그 때 나에게 "나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막막하기도 하고…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인데 이젠 다 떠났겠지. 빨리 해명을 해야겠다"고 했습니다.

물론입니다. 당신은 충분히 세상을 향해 억울함을 토로할 자격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사랑이라 믿었던 것은 물거품이 되었고, 소중한 꿈을 키워나갔던 직장은 단호한 결정을 당신에게 전한 시기였으니까요. 다만, "그와 사귀었다고 하면 어떨까"라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반대했던 게 떠오릅니다.나는 그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든, 그 자체로서 나쁜 결과가 될 위험이 있어. 그냥 잠시 쉬는 게 최선인 것 같다"라고. 당신의 입장에서는 모진 이야기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쓴소리가 당시에는 최선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결국 당신은 당신의 방법론을 다른 창구를 통해 관철시켰습니다. 내가 우려했던 것처럼 그 방법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냉대와 외면을 마주하게 된 여린 당신은 결국, 누구도 바라지 않았던 결말을 택하고 말았지요. '왜'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고 싶지만, 당신은 이제 더 이상 듣지 못합니다. '더 자상하게 얘기했어야 할까'라고 자책하지만, 헛된 가정일 뿐입니다. 밝게 빛나는 태양을 향해 날다 지고 만 이카루스처럼, 당신은 스러지고 말았습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평안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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